공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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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 (neurosis)이란 불안한 정서가 바탕이 되는 정신장애로 일반인들에게는 노이로제라는 말로 알려져 있다. 불안이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하나의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꼭 불안하지도 않을 상황에서 불안해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경우 신경증적이라고 한다.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이나 불안과 동반된 신체증상의 유무, 불안이 표현되는 형태 등에 의하여 여러 종류로 구분한다. 전에는 신경증이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최근의 진단분류에서는 신경증으로 따로 묶지 않고 개개의 질환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신경증 환자들은 그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가능하기 때문에 입원하는 경우를 보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지역사회 내에는 많은 숫자의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본지식이 필요하다.
1. 개요
공황장애는 평소에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공황발작 증상이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흔한 발작증상은 숨이 막히는 듯 하며, 어지럽고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뛰거나 손발이 떨리고 땀이 나며,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고,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등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 또는 '미쳐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엄습하게 된다. 이 병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신과에서도 처음에는 이 병을 심리적 원인에서 오는 불안신경증의 좀 심한 형태로만 생각했었고, 미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며, 이 병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런 고통을 자신만이 겪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불안증이라거나 노이로제라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공황장애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많으며, 그래서 대단히 희귀한 병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이 병은 대단히 흔한 병으로, 적게는 전인구의 약 1%, 많게는 약 5% 이내가 공황장애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숨기고 있거나, 다른 질병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 병은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약 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남자들은 자기가 불안하다거나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반면에 여자들은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남자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어서, 여자에게 이 병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 되었을 수도 있다. 또한 의사들도 남자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호소할 경우에는 공황장애보다는 심장병 (협심증, 부정맥, 심근경색증 등)이나 다른 신체질환을 먼저 의심하는 경향이 높은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2. 원인
공황장애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현재로서는 공황장애는 유전적 요인, 선천적 요인, 환경적 요인, 정신적 요인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공황장애가 유전병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어느 정도 가족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공황장애 환자들을 조사해 보면 가족 중에 공황장애 환자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한가지 요인만으로 발병하는 병은 아니기 때문에 비록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가족이나 자손이 공황장애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외의 여러가지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 비로소 공황발작이 시작된다. 또한 공황장애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첫 증상이 몹시 피곤한 상태, 예를 들면 며칠씩 밤샘 작업이나 철야기도를 한 후혹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후 나타나므로 그런 것들이 공황장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공황발작이 일어나는데는 스트레스가 한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은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할 뿐 주원인은 아니다. 그밖에도 마리화나 (대마초), 코카인, 암페타민 (히로뽕) 등의 남용과 솔벤트 같은 유기용제의 흡입도 공황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일단 공황발작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러한 물질들을 끊은 후에도 공황발작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물질들이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틀림없이 신체적 원인에 의해 이 병이 생긴 것 같은데 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최근의 정신과는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생긴 병만 다루는 과가 아니다. 의사들이 여러 종류의 검사들을 한 결과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보통 하는 말이 '당신의 병은 신경성인 것 같으니 한번 정신과를 가보라'고 권하게 되고 그러면 환자들은 '누구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이냐?'고 화를 내게 되지만, 이 병은 정신적인 원인에 의한 병이라고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과거부터 정신과에서 치료해 온 병이고 현재도 정신과에서 치료하고 있다.
공황장애의 가장 중요한 발병원인은 정신적이라기 보다는 신체적이라는 주장에 현재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즉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 특히 뇌의 어떤 생화학적 기능장애 때문에 이 병이 생기는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어떤 학자들은 위험을 탐색하는 대뇌기능이 지나치게 향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학자들은 우리의 생명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경보기능이 너무 예민해진 탓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불안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며, 만일 우리가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는데 혹은 길을 건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차를 보았는데 태연자약하다면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불안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일종의 생명보호 장치이며, 이 생명보호 장치는 우리의 뇌 속에 들어 있다. 우리가 흔히 숨골이라고 부르는 연수라는 곳에 청반핵 (nucleus locus ceruleus)이라는 작은 신경세포의 덩어리가 있는데, 이곳은 불안에 관련된 중추조직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청반핵의 역할은 건물에 있는 화재경보기와 비슷하다. 불이 났을 때 경보신호가 울리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재빨리 불을 끄던지 대피할 수 있으나, 만일 화재경보기가 고장나서 불이 나도 경보가 울리지 않으면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 경보기가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누가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전기난로만 켜도, 혹은 아무 일도 없는데도 경보를 울려댄다면 아마도 큰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공황장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청반핵이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불필요한 불안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공황장애이다. 따라서 불안장애의 치료는 이 예민해진 청반핵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것이고, 그것은 약물치료를 포함한 몇 가지 치료법으로 가능하다.
3. 진단
공황장애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장 오진하기 쉬운 질환의 하나이며, 특히 심장질환이나 호흡기 질환, 심지어는 정신분열병으로 까지 오진될 수 있다.
미주리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심장발작 증상을 호소하면서 심장질환 전문의를 찾아온 환자의 59%가 실제로는 공황장애 환자였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환자의 증상을 근거로 진단을 내리게 된다. 아직까지 공황장애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검사는 없고, 다만 젖산염 (sodium lactate)이라는 물질을 정맥주사할 경우 정상인들은 아무 변화도 느끼지 못하지만 공황장애 환자들 가운데 3/4 정도는 공황발작 때와 비슷한 증상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5%의 이산화탄소를 흡입할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나타낸다고 하여 이런 방법들이 실제로 진단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신체적 질환 중의 몇 가지는 공황장애와 비슷한 불안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갑상선기능 항진증, 저혈당증, 저칼슘증 등이 공황장애로 오진될 수 있으므로, 공황장애가 의심될 경우에는 혈액검사 등을 통해 혹시 이런 병들이 아닌지를 먼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1. 환자들은 갑자기 발생하여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는 심한 공포화 불편감을 경험한다.
2. 이러한 개별적 삽화(episode)시 다음중 적어도 4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
1) 심계향진, 가슴이 두군 두군함, 혹은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2) 식은 땀을 흘린다.
3) 몸이 떨린다(전율).
4) 숨이 막히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
5) 질식할 것 같은 느낌
6) 가슴에 통증이나 불쾌감(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
7) 구역질 또는 복부 불쾌감
8) 현기증, 비틀거리는 느낌
9) 오한 또는 열감
10) 감각이상(얼얼하거나 바늘,핀으로 찌르는 듯한 따끔거리는 느낌)
11) 비현실감(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또는 이인증(자신으로 부터 분리된 느낌)
12) 통제력을 잃어버리거나 미쳐버리지 않나 하는 두려움
13) 죽을 것 같은 두려움
- 공황장애의 진단기준 (미국 정신의학회 : APA)
(1) 누구나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실제로 큰 위험이 닥친)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관심의 초점이 되어있는 (여러 사람들 앞에 서 연설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은) 상황도 아닌데, 예측할 수 없었던 공황발작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던 경우가 한번 이상 있었다.
(2) 이런 공황발작이 한 달 동안 4번 이상 있었거나, 공황발작이 나타난 후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느낀 경험이 있었다.
(3) 공황발작이 있을 때, 다음 13가지 증상 중에서 적어도 4가지 이상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났던 경우가 한번이라도 있었다.
①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
② 어지럽고 휘청휘청하거나 졸도할 것 같은 느낌
③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뜀
④ 손발 혹은 몸이 떨림
⑤ 땀이 남
⑥ 질식할 것 같은 느낌
⑦ 메슥거림이나 속이 불편함
⑧ 비현실감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나 자신이 달라진 듯한 느낌)
⑨ 손발이 저릿저릿하거나 마비되는 느낌
⑩ 화끈거리는 느낌이나 오한
⑪ 가슴부위의 통증이나 불편감
⑫ 죽음에 대한 공포
⑬ 미쳐버리거나 자제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은 공포
4가지 이상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를 공황발작이라고 하며, 그 이하의 증상만이 나타난 경우를 제한된 증상발작이라고 한다.
(4) 적어도 몇 번의 공황발작에서 첫번째 증상이 나타난 후 10분 이내에 위의 증상들 가 운데 4가지 이상의 증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졌던 경우가 있었다.
4. 진행과정과 결과
공황장애라는 병은 대개 다음의 7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그 양상이나 진행속도가 다를 수 있고 모든 단계를 다 거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공황발작이 반복될 경우 공포증과 우울증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1) 증상발현 단계
공황장애는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50% 이상이 20대에서 발병한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불안증상들 중에서 어느 한두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증상이 제일 먼저 나타나는가는 사람마다 다른데 때때로 한번씩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갑자기 심장이 뛴다든지,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등의 증상들이 스쳐 지나갈 수 있으며, 이 시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혹은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수가 많다. 사실 이 정도의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아 전체 인구의 10-30% 정도가 일년에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이런 상태를 겪는다.
(2) 공황 단계
몇 가지 가벼운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심한 공황발작이 일어나거나, 처음부터 심한 공황발작으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환자가 겪는 고통과 두려움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공황발작이 있을 때 환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대로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절박함 뿐이므로, 이 상황에서는 거의 모든 환자가 응급조치를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우황청심원, 심장약, 진정제 등을 복용하고 응급실로 달려가며, 자신에게 심장마비나 뇌출혈 같은 위급하고 치명적인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거나, 아니면 미쳐버리는 것이라고 믿고 공포에 질리게 된다. 일단 발작이 시작되면 몇 분 동안 계속되다 점차 수그러들지만 이 짧은 시간이 환자에게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며, 일단 고비가 지나간 후에도 매우 긴장되고 혼란스러운 상태는 적어도 몇 시간 동안 계속된다.
(3) 건강염려 단계
병원을 찾아간 환자는 당연히 심전도, X-레이, 혈액검사 등 여러가지 검사를 받게 되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으므로, 환자는 검사상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무서운 증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꾀병을 했단 말인가? 신경성이라는데 무슨 신경성이 이렇게 심한 증상으로 나타나는가? 또 신경성이라면 내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의지력이 약하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검사가 잘 못 되었거나 보통 검사로는 찾아낼 수 없는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온갖 검사를 받아본다. 그리고 컴퓨터 촬영, 내시경, 심전도, 뇌파검사와 심지어는 위험성이 있는 특수검사도 해보지만 여전히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환자는 정말 미칠 지경이 된다. 그러면 신문이나 방송, 책에서 건강에 관한 내용을 빠짐없이 읽게 되고 '혹시 내가 이 병이 아닐까? 저 병은 아닐까?'하며 온갖 근심걱정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공황장애 환자의 70% 이상이 공황장애로 확진을 받기까지 10명 이상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때는 하루종일 자신의 신체에만 관심을 쏟고 혹시라도 이상한 증상이 느껴지지 않나 신경을 곤두세우곤 하며, 일상적인 일과 생활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병에 대한 생각에만 골몰하게 된다.
(4) 제한적 공포증 단계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게 된다. 우선 공황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장소나 상황을 회피하는데 이 회피현상을 공포증 (恐怖症, phobia)이라고 하며, 만약 공황발작의 정도가 심했거나 자주 일어났다면 공포증은 더욱 빨리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공포를 느껴 회피하는 대상은 환자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과거에 공황발작을 경험했던 장소를 일차적으로 두려워하게 된다. 그밖에도 공황발작이 일어날 경우 쉽사리 빠져 나오기 어려운 장소나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할 위험이 큰 장소를 꺼리게 되며, 특히 엘리베이터나 붐비는 백화점, 장거리 고속버스, 혹은 비행기 여행 등이 그런 예가 된다. 또 공황발작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상황, 예를 들면 공기가 탁해서 숨막히는 느낌이 드는 곳, 너무 더워서 땀이 나는 곳,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놀이기구 등도 회피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성관계시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지며 땀이 나는 등의 자연스런 형상도 공황발작 증상이 오는 것으로 착각해서 성관계를 회피하는 사람도 있으며, 찬물이 몸에 닿을 때의 쩌릿쩌릿한 느낌이 공황발작이 시작될 때의 증상과 비슷해서 목욕탕에 가서도 찬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모든 현상들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우리 속담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공포증은 회피하려는 그 대상 자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때 일어날 수 있는 공포증상이 무섭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이를 '공포에 대한 공포 (fear for fear)'라고 한다.
(5) 사회공포증 단계
시간이 지나면서 공황발작과 불안발작은 여러 장소, 여러 상황에서 거듭 일어나게 되고 환자는 점점 더 설 곳이 없어지며, 결국은 여러 사람과 어울려 회식을 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얘기 하는 것, 그 밖의 일상적인 사회활동 등을 모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이는 발병하기 전에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멀리 출장을 가라고 할까 봐, 혹은 윗사람들 앞에서 업무 브리핑을 하라고 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고층빌딩에서 모임이 있을 경우에는 고민하다 결국 핑계를 대고 빠질 수밖에 없는 힘겨운 생활이 계속되면서 결국은 직장에 사표를 내는 지경에 이른다.
(6) 임소공포증 단계
임소공포증 (臨所恐怖症, agoraphobia)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거의 모든 일상생활과 거의 모든 장소에 대한 광범위한 공포증을 말한다. 이 단계가 되면 혼자서는 집 밖 출입을 못하게 되고, 집에서도 혼자 있기가 어려우며,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좀 편해지는 그야말로 죄인 아닌 죄인 신세가 되어 버린다. 이쯤 되면 가족들도 환자에게 짜증을 내게 되고, 검사상 아무 이상도 없다는 의사들의 말을 들은 후로는 환자가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거나 심지어는 관심을 끌기 위한 꾀병을 일부러 하고 있다는 의미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로서는 환자가 전과는 달리 의지력도 없고 항상 어린애처럼 매달리기만 하는 귀찮은 존재로까지 생각되고, 가정 내에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문제거리로 생각하게 된다. 이쯤 되면 환자 한 사람의 병이 아니라 집안 전체의 병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이렇게 된 것은 결코 환자의 정신력이 약하거나 성격상의 문제에 의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7) 우울증 단계
공황장애의 마지막 단계는 우울증으로, 전체 환자의 약 30%, 광장공포증이 생긴 환자의 약 절반 정도가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이때는 환자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없으며,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고, 스스로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아무 쓸모도 없고, 남에게 부담만 주며, 의지도 약하고, 정신적이고 성격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밖으로 나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신체적 장애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장애이므로, 공황장애 환자들은 '차라리 신체적 장애가 있는 것이 낫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비관한다. 불안과 우울을 일시적으로나마 없애보려고 술이나 신경안정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살에 대한 생각이 점차 강하게 들고 실제 자살을 기도하는 확률도 대단히 높다. 공황장애는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대개 이런 단계를 거치게 되므로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중요하고, 또 조기치료를 받는다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병이 바로 공황장애이다.
5. 치료
공황장애는 치료, 그것도 완치가 얼마든지 가능한 병이다. 공황발작이 처음 시작될 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많은 환자가 약물치료만으로도 쉽게 완치시킬 수 있다. 공황장애의 치료제로서 가장 먼저 사용된 약은 이미프라민 (imipraimne)이다. 그러나 이미프라민은 치료를 시작해서 일정한 용량까지 약을 늘린 뒤에도 약 3주가 경과해야만 뚜렷한 치료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후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약이 자낙스 (알프라졸람, Alprazolam)로, 자낙스는 약을 복용해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고, 공황발작을 억제하는 효과 외에도 예기불안 등 심리적인 불안감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현재는 공황장애 치료약물 중 가장 먼저 선택되는 약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공황발작은 늦어도 2-4주 후면 현저히 없어지지만, 약을 끊은 후에도 증상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약 6개월 정도는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한가지 중요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은 만약 환자가 임의대로 약을 복용하거나 중단할 경우에는 치료도 제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습관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약물치료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가벼운 불안발작이 계속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공황발작이 아니고, 심리적으로 공황발작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환자가 사소한 자극이나 회피하고 싶은 상황에 노출될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안발작인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가 대한 치료가 늦어져서 이미 공포증이 매우 심해진 환자들에게는 약물치료 외에도 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환자들이 오해하거나 잘못 믿고 있는 여러가지 편견들을 바로 잡아주는 인지적 치료와 공포의 대상이 되는 장소나 상황에 불안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동치료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공황장애의 치료는 이와 같이 진단과정에서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공황장애 치료 프로그램이 있어야만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체적인 치료 성공률은 최저 60%에서 최고 9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